- - 홍준표 ‘대선행’ 대비책?
대구시가 홍준표 시장 취임 직후 소위 ‘알박기’ 인사를 막겠다며 신설한 조례를 돌연 개정하기로 해 뒷말이 나온다. 최근 홍 시장이 대선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‘상황’이 달라지면서 벌어진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.
대구시는 지난달 24일 ‘정무·정책보좌공무원, 출자·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특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’을 시청 누리집을 통해 입법예고했다. 오는 13일까지 개인 및 단체의 찬반 의견을 받은 뒤 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.
대구시는 개정 이유를 통해 “통상 단체장과 임기를 같이하는 정무·정책보좌 공무원과 달리 출자·출연기관장은 단체장이 불가피하게 사임·퇴직 시 그 임기가 불합리하게 짧아질 수 있어 개정하고자 한다”고 밝혔다.
당초 이 조례안은 홍 시장 취임 직후인 2022년 7월29일 제정됐다. 당시 대구시는 전임 시장이 임명하는 ‘알박기’ 인사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. 전임자가 직에서 물러나기 전에 임명한 인물이 새 단체장이 취임하고도 자리에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논리였다. 이 같은 조례안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다.
해당 조례안 제5조(임기)에는 ‘시장이 임명하는 정무·정책보좌 공무원은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는 경우 시장의 임기가 개시되기 전 그 임기가 종료되는 것으로 본다’고 명시돼 있다.
또한 출자·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. 다만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는 경우에는 임기가 남았더라도 시장의 임기 개시 전 그 임기가 종료되는 것으로 본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.
대구시는 조례안 개정을 통해 이 단서를 손질하려 한다. 개정안에는 ‘종전의 시장이 사임 또는 퇴직 등의 사유로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하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된 경우, 종전 시장의 당초 임기 만료일에 출자·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으로 본다’는 내용이 포함됐다.
즉 홍준표 시장이 대선출마 등을 위해 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대구시 출자·출연기관장 등은 내년 6월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는 셈이다.
대구시 관계자는 “홍 시장이 대선에 나서더라도 본인이 임명한 인사들을 챙겨주기 위해 조례를 손보는 것”이라면서 “시의회와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안다”고 말했다.
조례가 개정되면 현재 출자·출연기관 8곳 중 5곳이 적용받게 된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. 대구엑스코·대구신용보증재단·대구테크노파크·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·대구문화예술진흥원 등이다.
대구정책연구원·대구의료원·대구행복진흥사회사회서비스원 등 3곳은 ‘지방자치단체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’(지방연구원법) 등 상위법에 임기 관련 규정이 있어 사실상 대구시 조례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.
대구참여연대는 지난달 30일 ‘대구 떠날 홍준표 시장, 시정에서 손 떼라. 공공기관 임원 임기조례 개정안 즉각 철회하라’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조례개정 움직임을 비판했다. 이들은 개정안 철회와 함께 대구시의회에서의 부결 처리 등도 촉구했다.
이 단체는 “홍 시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했는데, (조례개정은)장돌뱅이는 떠나도 ‘알’은 박아놓고 가겠다는 것”이라면서 “대구시정을 장돌뱅이 엿장수가 맘대로 늘이고 줄이는 엿가락쯤으로 여기는 짓이다”고 주장했다.
앞서 홍 시장은 지난달 26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“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장에 안 가느냐”고 말했다. 탄핵 정국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.
이상석 대구시 평가담당관은 “해당 조례는 홍 시장이 임기를 마친다는 가정 하에 제정한 것인데, 최근 정국 불안으로 앞으로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서 개정에 나섰다”면서 “출자·출연기관장 등의 경우 정무·정책보좌 공무원과 달리 공개모집을 통해 임명되는 등 임기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”고 말했다.
배전무 편집부장 marsellie@daum.net
